인공지능(AI) 기반 신약 개발: 현황, 과제 및 미래 전망
연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장,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교수 정재호
1. 서론: 신약 개발 R&D 패러독스와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
전형적인 기존신약 개발모델은 막대한 비용, 긴 개발 기간, 그리고 현저히 낮은 성공률로 인해 다른 산업 분야와 대비되는 ‘R&D paradox’ 현상이 발생한다. 실제로 글로벌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투자 규모는 2015 년 $1,500 억 규모에서 연평균 2.8%식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투자대비 신약개발 생산성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. 하나의 신약이 실험실에서 환자에게 처방되기까지 평균 15 년에서 17 년이 소요되며, 투입되는 비용은 평균 30 억 달러(약 4 조원)에 이른다. 이는 미국 항공산업의 5 배, 컴퓨터 산업의 2.5 배에 르는 수준이다. 이 비용의 상당 부분, 약 60%에서 70%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발생한다.
이처럼 천문학적인 투자와 지속적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,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은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이다. 임상 1 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규제 기관의 허가를 받을 확률은 평균 7.9%에 불과하다. 1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임상시험을 시작한 10 개 중 9 개 이상의 신약후보물질이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. 특히, 약물의 효능을 처음으로 환자에게서 검증하는 임상 2 상은 '죽음의 계곡(Valley of Death)'이라 불릴 만큼 가장 높은 실패율을 보인다. 임상 2 상에 진입한 후보물질 중 단 28.9%만이 다음 단계인 임상 3 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. 이러한 높은 실패율은 신약 개발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이다.
또한 신약에 부여되는 20 년의 특허 기간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(R&D) 및 허가 과정에서 소진되어,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. 이러한 연구개발의 비효율성은 다른 산업군에서 보기 어려운 제약 산업만의 특이한 “R&D 패러독스”로 신약개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.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공지능(AI)은 단순히 점진적인 개선을 위한 도구가 아닌,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.
신약개발 전주기에서 AI 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초기 탐색 단계를 가속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. 신약 개발 비용의 대부분이 후기 임상 단계의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, AI 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. AI 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독성이나 약효 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미리 걸러내고,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'양질의' 후보물질을 선별한다. 즉,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‘선제적 대응’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. 이는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, R&D 투자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'지능형' 신약 개발로의 전환을 의미하며, 이것이 바로 AI 가 가져올 혁신의 핵심가치이다. 본 고에서는 주로 글로벌 동향 중심으로 AI 신약개발의 과제 및 미래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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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5.08.18